[박사논문] 이영은, 「근대전환기 러시아인의 조선인식」,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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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1-26
[국문초록]
이 논문은 근대 전환기 조선을 러시아 및 폴란드계 러시아인이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았는지에 대한 고찰이다. 19세기 후반 개항을 전후로 많은 외국인 선교사, 상인, 군인들이 조선에 들어와 저마다의 인상을 기록으로 남겨 타자의 시선에 비친 조선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시기 조선은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였고, 조선을 여행한 학자와 선교사들의 여행기가 나오면서 조선의 존재가 세상 밖으로 알려지기 시작한다.
이 연구는 러시아인의 조선여행기록에 나타난 조선의 이미지를 살펴보는 데 목적이 있다. 유럽이나 미국이 아닌 러시아측 자료를 연구대상으로 삼는 이유는 당시 러시아라는 나라가 갖고 있는 특수상황 때문이다. 러시아는 동양이 아니면서 서양으로 인정받지도 못한 나라이다. 다시 말해 동양이면서 서양이기도 한 야누스의 특징을 지닌 나라로서 서양을 대변하는 나라가 아니라는 이질성을 지닌 채, 조선에 대한 이권에 야욕을 가지고 근대 개항기 조선과 직접적인 교류가 있었다. 동양도 서양도 아닌 러시아의 입장에서의 조선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그들이 남긴 기록물들을 분석하여 인식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연구에서는 총 3인의 조선여행기를 분석할 것이다. 이들은 각각 나름의 조선관련 기록물을 남겼지만 그들이 조선을 바라본 시각에는 각각의 스펙트럼이 작용한다.
먼저, 조선을 최초로 방문한 이반 알렉산드로비치 곤차로프(И.А. Гончаров)는 조선에 처음 찾아온 러시아인으로서 당시 일본과 외교 및 통상관계를 맺기 위해 항해하던 푸티아틴(Е.В. Путятин) 해군 제독의 원정에 참가했던 원정대원이다. 그는 조선에 다녀간 뒤 회상록을 남겼는데 이것은 1858년『전함 팔라다(Фрегат ‘Паллада’)』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러시아 사회에서 많은 관심과 공감을 일으켰다. 곤차로프는 이 저서에서 조선의 생활과 자연, 그리고 풍속 등에 대해 상세히 묘사하였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작가의 오리엔탈리즘에 젖은 일관적인 태도를 확인할 수 있다. 서구문명인으로서 야만적 동양을 폄하하고 문명화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은 『전함 팔라다』곳곳에 산재해 있다.
이후 1898년 가린 미하일로프스키(Н.Г. ГАРИН-МИХАЙЛОВСКИЙ)는 만주를 통해 조선에 들어와 백두산 등정까지 했으며『조선, 만주, 요동반도 기행(ПО КОРЕЕ МАНЬЖУРИИ И ЛЯОДУНСКОМУ ПОЛУОСТРОВУ ВОКРУГ СВЕТA)』이라는 기록물을 나겼다. 그는 이 저술에서 조선에 대한 우호적이고 애정 어린 작가의 시선을 보여주었는데, 마치 곤차로프의 동양 폄하의 시각에 반발이라도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한때 브나로드 운동에 뛰어들었던 가린의 이력을 보면 그가 조선을 향해 보여준 긍정적 태도는 인도주의자로서의 모습을 잘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탐사과업 이외에도 가린은 조선 백성들의 삶의 모습을 담은 민속자료, 전설과 구전 등을 수집하였다. 여정 중 밤마다 조선 민가에 들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그들에게서 얻은 조선의 이야기보따리를 엮어『조선설화』를 출간하였다. 가린이 수집한 이『조선설화』는 100여 년 전 조선 북쪽지방의 설화를 연구하는 데 있어 중요한 자료로 자리매김하였으며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출간되어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마지막으로 러일전쟁 발발 직전인 1903년 당시 러시아 속국이었던 폴란드의 국민작가 바츨라프 세로셰프스키(ВАЦЛАВЪ СЕРОШЕВСКИЙ)가 조선 탐사에 나섰다. 그의 기록물『코레야(КОРЕЯ)』에서는 열강의 소용돌이 속에서 암울한 미래로 빠져들어 가고 있는 조선을 그 자신 피지배민족의 신분으로서 동병상련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바츨라프 세로셰프스키는 조선에 대해 형제지국(兄弟之國)의 동병상련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강하고 세련된 모습의 일본과 대조하면서 초라한 조선의 모습을 그려내기도 해 그의 인식에 있는 양면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는 오리엔탈리즘이 서양 정복자의 시각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동양 피정복자의 내면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본 논문은 근대 전환기 조선을 찾아 온 러시아작가들이 조선을 바라본 시선을 고찰하는 데 의의가 있다. 이상 3인의 러시아인이 조선을 여행하고 남긴 기록 속에서 100여 년 전의 조선의 모습을 고찰함으로써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과거 우리들의 자화상을 살펴보고 향후 미래의 역사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주제어]: 근대 전환기, 러시아인, 조선, 조선설화, 기생 월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