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논문] 홍영주, 「화병과 현대 한국의 감정체제 - 한국 문화의 이모티브 분석을 중심으로 -」, 2018
- 비교문화협동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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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1-27
[국문초록]
본 논문은 감정론(이모티브 이론)의 관점에서 화병이라는 문화 현상을 분석하고, 관련 감정들이 현대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담론화되고 있는가에 대해 탐구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첫째, 화병이 문화와 관련한 증후군으로 일정하게 재현되고 있으며, 이를 해석하는 담론들의 중심에는 ‘감정’이라는 카테고리가 연결되어 있음을 밝힌다. 둘째, 개인과 사회, 건강과 질병의 서사를 아우르는 화병이라는 문화 병리 현상이 현대 한국의 감정체제가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를 조명하는 하나의 지표로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제시한다.
‘화병’은 현재 한국의 ‘문화’와 관련한 질병/현상으로 표상된다. 여기서의 문화는 ‘한국인’, ‘한국 사회’, ‘한국 문화’를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이자, 이들과 관련된 ‘감정’의 문화이다. 화병이라는 용어 자체는 ‘감정 상태’를 표현하는 형태로 지속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한 감정들의 서사는 한국 사회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다. ‘화병 사회’라는 은유가 암시하듯 화병은 한국의 사회문화적 현상들을 진단하는 하나의 징표처럼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본 논문은 화병을 문화관련증후군으로 재현하고 있는 대중매체의 서사를 분석하고 그 특징을 밝힘으로써 ‘문화’ 관념과 ‘감정’들이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지를 탐구해보고자 한다. 제2 장에서는 화병을 키워드로 한 매체 담론에서 ‘문화’의 형식이 ‘감정’ 서사에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화병과 관계된 사회문화 현상에 ‘우울’, ‘분노’, ‘불안’, ‘혐오’ 등의 감정들이 결부되어 있다는 사실을 검토한다. 이를 기반으로 제3 장에서는 관련 감정들이 발화되는 양식에서 ‘화병 사회’의 징후가 어떤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알아본다. 그리고 화병이라는 문화적 징후가 정신건강 담론과 치료요법 문화의 영향으로 ‘질병’으로 해석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러한 담론이 어떠한 방식으로 ‘감정’ 관리 체제를 강화시키는가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궁극적으로 화병이라는 문화적 징후가 말해주고 있는 것은 정신건강 차원에서 발생하는 질병의 문제뿐만 아니라 ‘감정’ 자체를 해석하는 문화 양식과 ‘감정’을 관리하도록 요구하는 감정체제(문화)의 사회적, 정치적 작용이다. 화병이 반복적으로 ‘문화 현상’으로 해석/번역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관련 ‘감정’들이 발화되는 지점에서 작동하는 문화 코드와 감정체제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화병이라는 문화 현상이 ‘감정’을 매개로 하여 어떻게 담론화되고 있는지를 검토하는 과정을 통해, 현대 한국 사회를 조형하는 ‘감정체제’의 문화정치적 논리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주제어]: 화병, 한국문화, 감정, 이모티브, 감정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