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논문] 유충희, 「閔泳煥의 세계여행과 의식의 漸移 : -한국 근대형성기 조선 축하사절(1896)의 여행기록물을 중심으로-」, 2008
- 비교문화협동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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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1-26
[국문초록]
본 논문에서는 러시아 니콜라이 2세 대관식(1896)을 참석하기 위해 유럽으로 파견된 조선축하사절의 세계여행 관련 기록, 특히 특명전권공사였던 민영환(閔泳煥)의 여행기록물을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를 통해 ‘민영환’이라는 행위주체(agency)의 ‘의식의 점이(漸移)’와 한국 근대형성기(近代形成期)의 문화상(文化像)을 재구성하고자 한다. 나아가 이 연구가 여행·여행자·기록물의 상호 연관성과 근대적 의식의 전환·감각의 변용에 대한 의미고찰의 일례가 되기를 바란다.
‘의식의 점이’는 개인인 행위주체가 실재하는 것을 관찰 혹은 체험하여 생성되는 지식이나 개념 등이 기존의 지식·개념을 변형하고 재형성하는 운동을 개념화한 용어이다. 행위주체의 심적 현상의 총체인 의식은 항상 정태적 상태에 머물러 있지 않다. 왜냐하면 행위주체는 끊임없이 자신의 주위에 실재한 대상을 체험하며, 그것을 이해하는 의식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행위주체는 ‘실재적 대상의 체험→의식체계에 의존한 체험대상에 대한 이해(지식 및 개념의 변형 및 재형성)→의식의 변형 및 재형성’의 순환을 통해, 체험대상을 의식 속에 위치시킨다.
우리의 의식은 사회의 제요소를 구성하며, 동시에 사회적 체계들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소위 어떤 사회의 ‘문화’라는 것과 그 사회에 속한 개인의 관계성이 그 일례라고 하겠다. 이와 같은 논의는 개인인 행위주체와 문화의 관계성을 설명하는 것이다.
본고에서는 행위주체가 자신의 의식과 관계하던 문화적 공간을 벗어나는 ‘여행’을 문제시한다. 여행자(행위주체)는 익숙한 문화공간을 벗어남으로써, 이문화(異文化)가 작동하는 낯선 공간과 관계를 맺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순간 여행자의 의식화 작용은 한계적 상황에 도달하게 된다. 여행자의 의식 속에 낯선 대상에 대한 지식이나 개념이 부재한 탓이다. 즉, 여행자에게 자신이 체험한 낯선 대상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여행자는 그 대상이 실재한다는 것을 끊임없이 체험을 통해 인식함으로써, 자신이 가진 의식체계를 동원하여 그것을 이해하고자 한다. 이러한 여행자의 이문화 인식태도는 언어 간 번역행위와 유사한 문화 간 번역이라 하겠다. 특히 여행자가 여행한 것을 기록해야하는 상황에 처하면, 체험한 낯선 대상에 대한 이해와 재현은 더욱 자신의 기존 의식체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진다. 왜냐하면 여행자가 사용하는 언어의 의사소통적 성질에 근거하여,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본 대상을 전달할 수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으로 본고에서 주목할 ‘여행자의 이문화 체험과 재현의 문제’는 의식화를 가속화하며 기존 의식체계에 의존하는 구체적인 양상을 보여준다. 동시에 이것은 의식화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되어, 여행자(행위주체)의 ‘의식의 점이’를 보여주는 실질적인 예가 된다.
본고에서 민영환의 세계여행과 여행기록물을 통해 여행자(행위주체)의 ‘의식의 점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행위주체의 의식은 자신이 작성한 기록물에 투사된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민영환이 이문화 공간에서 체험한 서구 근대문물과 같은 낯선 대상에 대한 기록물인『해천추범(海天秋帆)』과『사구속초(使歐續草; 또는 使歐續章)』를 살펴, 그의 ‘의식의 점이’를 분석해본다. 전자는 1896년 러시아사행의 기록이고 후자는 1897년 영국사행의 기록인데, 두 기록의 비교분석은 시간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의식의 변형을 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1896년 사행의 다른 여행기록물을 상호 비교하여 민영환의 의식을 명확히 하는 작업도 행한다. 축하사절단의 서기생이자 중국어역관이었던 김득련(金得鍊)의 한시집『환구음초(環··艸; 혹은 환구금초)』와 해외유학생으로 서구문물을 익힌 윤치호(尹致昊)의 일기를『해천추범』과 비교·분석해본다. 이를 통해, 지배층의 양반의식과 조선조정에 대한 개혁의지를 가진 민영환, 유교질서에 근거한 전통적 의식을 가진 김득련, 기독교도이면서 미국과 같은 서구 근대공간을 선(先)체험하여 계몽의식을 가진 윤치호, 이 세 사람의 의식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비교·분석한다.
이와 같이 민영환의 의식에 대한 통시적이며 공시적인 분석을 통해, 민영환의 의식이 두 차례의 해외여행으로 조선이라는 단일 문화를 넘어서 세계적 차원의 것으로 확대됨을 보고자 한다. 의식의 확대는 민영환의 ‘의식의 점이’의 총체적 양상이다. 또한 서구 근대도시의 풍경체험·윤치호와 같은 상이한 의식의 소유자와의 불화와 화해·시간과 거리관념의 변화·서구 계몽주의적 시각의 생성 등과 같은 구체적인 논의를 통해, 행위주체이자 여행자인 민영환의 ‘의식의 점이’는 입증되며 이해 가능하게 된다.
[주제어]: 민영환, 해천추범, 의식의 점이, 여행, 축하사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