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논문] 이지희, 「아시아 지역 난생신화의 유형과 의미 연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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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1-26
[국문초록]
본 논문은 세계적인 분포를 보이는 난생신화의 유형과 유형별 의미를 분석하고, 그러한 의미들을 통해 아시아 지역 난생신화의 특성을 찾아보고자 시도되었다.
먼저, 난생신화가 분포에 있어서 보편성을 띤다고 해도 실제 신화 내용에 있어서는 개별성을 지니고 있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난생 유형을 분류하였다. 난생신화의 유형을 보다 정확하게 분류하기 위해 가능한 많은 신화 자료를 대상으로 했으나 전세계 신화를 대상으로 분류한다는 것은 지난한 일이기에 아시아 지역으로 국한하였다. 아시아 지역 난생신화로는 총 10개 나라 46개 자료를 찾을 수 있었고, 이들을 알에서 무엇이 태어났느냐를 기준으로 분류해 보니 우주란·신란·인란으로 나누어졌다. 그 중에서 인란 신화는 모든 나라에서 나타나 난생신화 중 가장 보편적인 유형으로 꼽을 수 있었다. 또한 알을 낳은 존재로서 동물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고, 그 중에서도 용과 새가 보편적인 요소로 등장하였다. 이를 나라별로 살펴보니 한국은 천신 요소가 강하고, 대만은 태양, 미얀마는 용, 인도네시아는 새류, 인도는 무형물 요소가 강하게 나타났다.
유형 분류를 하는 과정에서 아시아 지역 난생신화의 몇 가지 경향과 나라별 특성적 요소를 살필 수 있었다. 이어서 이들 난생신화의 구조가 유형별로 어떤 차별화된 의미를 지니는지 분석해 보았다. 우주란 신화에서는 태초의 모습이 알이라는 것과 신 혹은 새가 낳은 알이라는 두 가지 유형이 있었다. 태초의 알이 진화하여 우주가 생성되었다는 구조에서는 시간과 공간이 천지 자연을 만들어냈다는 의미를 찾을 수 있었고, 신이나 새가 낳은 알에서 천지가 생겼다는 구조에서는 양성구유의 신성함과 함께 자연의 신성한 생명을 읽을 수 있었다. 중국과 일본, 인도, 미얀마, 인도네시아에서 이 유형의 신화를 볼 수 있었다.
신란 신화에서는 원초적 물질로부터 진화된 알, 새류가 낳은 알, 신이 만든 알의 세 가지 유형이 있었다. 첫 번째에서는 생명 탄생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음양의 결합에 의한 생명 탄생의 원리와 시간과 공간의 결합으로 생명이 탄생하는 논리를 찾을 수 있었고, 두 번째에서는 초인적인 동물의 생명력과 영혼에 대한 믿음이 결합하여 인간의 생활과 밀접한 현실적 신의 탄생을, 세 번째에서는 시간과 공간의 결합은 신성, 곧 모든 가능성을 갖춘 존재를 탄생시킨다는 의미를 읽을 수 있었다. 중국과 인도, 인도네시아에서 이 유형의 신화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인란 신화에서는 알에서 태어난 인물이 왕이나 건국주가 되느냐, 인류나 종족의 시조가 되느냐, 신으로 받들어지느냐의 세 유형이 있었다. 건국시조형에서는 알이 통합적 질서 혹은 신성한 권력을 상징하는 매개물로서 난생 인물에게 그와 같은 신성한 권위를 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인류·종족시조형에서는 알이 생명 탄생의 모태이거나 변용과 재생의 모태, 또는 여성의 다산성의 의미를 지니면서 '생명과 모태'의 관계를 보여주었고, 신 추대형에서는 신성과 인성이 결합된 알에서 태어난 인물의 고난을 찾아볼 수 있었다.
유형 분류에서 나타난 나라별 특성 요소, 유형의 의미분석에서 나타난 각 난생 유형의 상징의미를 종합해 보는 것이 세 번째 작업이었다. 여기에서는 아시아 지역 난생신화의 특성을 살피고자 했으며, 그것은 알 관념의 보편성과 난생 관념의 지역적 특성으로 구분해 볼 수 있었다.
모든 난생신화 유형의 의미에서 알 관념의 다양한 상징성이 드러났다. 즉, 알은 정치적으로 통합적 질서의 상징체가 되기도 하고, 권력이나 혈통의 신성함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것은 어쨌든 생명을 탄생시키니 모태로 관념되기도 하고 모태의 여성성 때문에 번식력이나 생식력, 생명력의 상징으로서 작용한다. 모태의 여성성은 또한 모성의 원형적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알은 변용과 재생의 모태가 된다. 알은 한번에 많은 생명체를 태어나게 하니 하나의 알은 많은 것, 전체의 상징이기도 하다. 알은 양과 음이 만나 생겨나기도 하고 스스로 생겨나 생명을 탄생시키기도 하니 알 그 자체는 양과 음을 모두 갖춘 완벽한 존재이기도 하다. 따라서 아시아 지역 난생신화는 생명지향적 성향, 변용과 재생의 모태, 원형의 신성성과 전체성이라는 알 관념을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다 할 것이다.
이러한 알의 보편적 상징의미를 바탕으로 난생 관념은 각 지역마다 독자적 성격을 갖추게 된다. 한국·미얀마·베트남·몽고는 건국시조형 난생신화를 갖고 있는 나라들로서, 알을 통합적 질서 혹은 신성한 권력의 상징체로 인식하고 난생신화를 통해 그 목적을 달성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중국과 인도네시아는 모든 유형의 난생신화를 갖고 있으면서 다양한 난생 관념을 보여주지만, 자연·신·인간의 동일한 근원을 밝히려는 경향성이 짙다. 인도 역시 알을 모든 생명체의 모태로 인식하지만, 그 바탕에 통일적 일원론이 받침이 되어 인도의 철학적 난생 관념을 보여준다. 필리핀, 대만, 일본은 알을 변용의 모태로 인식하여 동식물과 자연물이 낳은 알로부터 인간이 탄생한다는 난생신화를 보여주고 있다.
신화에서 신성은 신, 인간, 동물이라는 존재 형태에 구애받지 않는다. 인간의 모습을 한 신, 인간과 동물이 결합된 신 등등 혼합된 모습을 보인다. 난생신화는 신, 인간, 동물이라는 존재 형태를 넘나드는 신화적 사고의 바탕 위에서 성립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치환의 방법으로 '알의 부화'라는 과정을 선택함으로써 탄생의 생물학적 원리를 따르는, 보다 진화된 신화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모티프가 '탄생'을 다루고 있으니 '알'은 모든 생명체의 근원이 되는 것이다. 즉, 자연과 신과 인간, 동물은 탄생의 모태가 같은, 동일한 근원의 생명체로서, 이 세상은 '생명'의 띠대로 연결되어 있는 '생명의 사회'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알은 바로 이것의 매개물이자 상징물이고, 난생신화는 그 상징성을 실현시켜 주는 현실적 드라마인 것이다.
[주제어]: 난생신화, 우주란, 신란, 인란, 알 관념